장원(莊園)에서 살아남기

GAFA가 만든 미래에서 장원의 농부가 할 일

March 31, 2017 - 3 minute rea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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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 장원 농부(Mr. Peasant)의 삶을 들여다 보자. 귀족들과 성직자들은, 하늘에서 부여된 힘을 갖고 위풍당당하게 말을 타고 다니면서 보이는 모든 것들을 취한다. 온 마음을 바쳐도 얻을 수 없었던 옆집 순이(Ms. Sunnie)조차, 귀족 나으리의 손짓 한 번에 높이 솟은 성벽 안으로 사라져버린다. 자신은 다르다고 생각하던 Peasant 씨는 삶을 이어갈 수록 점점 그들의 힘에 주저앉고, 한계를 느낀다. 그들이 지나가는 길에서 고개 숙이는 것만이 내가 누릴 수 있는 최선의 삶이라는 것을 알기에 철 없는 아들 녀석의 머리를 땅에 쳐박는다.

그리고 어느날 발생한 혁명으로, ‘자유’라는 가치를 알게된 Peasant 씨는 이제 도시로 나와, 자유인으로 방직공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자유를 얻었지만 삶은 한치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제서야 Peasant 씨는 내가 모시고 있는 사람이 성주에서 자본가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Mr.Peasant의 삶은 애처롭기 그지없다. 평생을 노동을 하면서 살지만 자본가와 귀족이 갖는 지위에 비해 자신은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살 뿐이다. 극복하기 어려운 차이는 패배주의를 낳고, 패배주의는 굴종을 낳는다.

AI가 다시 만드는 신분제

신분제는 사라졌을까? 적어도 헌법에는 그렇게 적혀있다. “사회적 특수계급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대한민국 헌법 제 11조 2항) 하지만 사회는 그렇게 굴러가지 않는다. 언제나 독점적인 힘을 가진 이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힘은 극복하기 어려운 차이를 낳는다. 그 현상은 부의 축적에 따라 가속화 될 뿐이다.

황금알을 낳는 AI

AI 는 Prediction 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어 준다. 필름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로 전환되었던 원인에는 사진의 화학적 처리보다, 컴퓨팅 비용이 낮아졌기 때문이었다. Prediction 비용의 획기적인 감소는 모든 사업가들에게 구미가 당기는 일이다. 향후 AI 시장은 600 조원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런 흐름 앞에 GAFA가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은 앞다투어 머신러닝의 대가들을, 똑똑한 학생들을 미리 구입하고 있다.

황금알이 쌓아올리는 벽

인간은 뇌에서 전기적 신호를 발생하는 유기체다. 뇌의 특정부위를 자극하거나 특정한 전기신호가 있으면 인간은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 유발 하라리는 종국에는 AI 이런 전기적인 신호들을 분석하여 사람보다 더 사람같은, 어떤 인류의 능력보다도 뛰어난 AI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언한다. 체스가 그랬고, 바둑이 다음 단계였다.

산업화는 기계적인 노동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줬다. 인간은 기계의 물리적인 힘보다는 약했지만, 좀 더 똑똑하고 복잡한 일을 수행할 수 있었다. 이제 사람들은 모두 똑똑하고 복잡한 일을 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두들긴다. AI 는 좀 더 똑똑해져서 이들조차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운전조차 컴퓨터가 해준다고 한다. “트럭운전사들은 다른 길을 찾아봐야겠군..” 하고 생각했겠지만 이는 나와 당신에게도 금방 찾아올 일이다.

미래화된 장원을 쌓을 벽돌, AI

이렇게 하나 하나 사람들은 뛰어난 AI의해 대체되고 밀려난다. 결국 이런 현상은 점차 AI에 깊게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만이 고용상태를 유지하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기적인 급여를 얻지 못해 가치로 교환될 수 있는 돈, 기본 소득(GBI)조차 아무런 의미가 없는 시대가 도래할 지도 모른다. 이런 현상의 심화는 AI가 만드는 과실도 불공평하게 분배되는 미래를 낳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엄청난 발전을 이룬 AI를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은 무엇을 할까?

레이커즈와일이 하고 싶은 일은 비교적 명확하다. 레이커즈와일은 AI가 자신을 영생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수명이 다한 세포를 재생시키고 DNA 를 재구성하고, 약한 팔과 다리를 새로 조립해서 완벽한 인간(?)이 되고자 한다. 레이커즈와일은 AI 가 자신을 구원해 줄 수 있을 때까지는 목숨을 보전해야해서 하루에 알약을 100개씩 퍼먹는다고 한다.

AI 는 미래화된 장원을 쌓아올릴 벽돌이 될지도 모른다. 성 안의 귀족은 영생을 누리지만, 나는 하루가 갈수록 이마의 주름이 늘고 힘이 빠진다. 영화 <엘리시움>에서 그린 것처럼 황폐화된 지구에서 벗어난 특권층만 엄청난 기술을 누리게 될지도 모른다. 엘론 머스크는 이런 미래를 막기위해 Open AI 를 만들고 발전시키자고 하지만, 얼마나 대단할 지는 모르겠다.

장원(莊園)에서 살아남기

러다이트는 산업화를 몰아내는데 실패했고, 산업화는 노동해방을 불러오지 못했다. AI의 발전에 부정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거다. 그리고 심지어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 이후에 AI는 스스로 성장할 것이다. 이번에야 말로 노동해방이 찾아올까. 그것도 불확실하다. Peasant씨가 얻은 ‘자유’라는 가치가 브루주아지가 공장에 투입시킬 노동력을 얻기 위해 만들어졌던 것 처럼, 새로운 이데올로기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멀게한다. 그들은 인류 모두를 위한 성을 쌓아 올리는 체하며 우리의 눈을 속이다가, 성문을 굳게 걸어잠글지도 모른다.

이것은 불확실한 미래 중 제일 암울한 버전이다. AI 가 모든 인류를 이롭게 하는 태양이 되어 아무런 불안, 부족없이 볕을 쬐며 즐거운 삶을 살게되는 버전의 미래도 있다. 그럼에도, 제일 불안한 미래를 대비해놓는게 경제적인 선택이다. 그렇다면 나 같은 ( 알파벳 지분도 없고, AI 의 대가가 될 것 같지도 않은 ) 미래의 Peasant 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